『소설 보다: 여름 2023』에는 2023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Rolling Thunder Love」, 하가람의 「재와 그들의 밤」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수영 강습 초급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눈치 없는' 주호와 '욕망 없는' 희주를 각각 앞세워 사회의 불평등과 생태학적 위기를 서서히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두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상실한 심리적, 육체적 안전에 대해 꼬집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헤엄치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인 작가의 소설은 무더위 아래 서늘한 위로가 되어줄거예요. 

김기태의 「롤링 선더 러브Rolling Thunder Love」는 사랑도 연애도 버겁기만 한 오늘날, 통속적인 가사에 기대는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는 유쾌한 상큼함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사랑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여기는 37세 독신 조맹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많은 노래에 기대며, 많은 노래에 속으며 사는 맹희를 사랑하게 될테니까요.

하가람의 「재와 그들의 밤」은 화자가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유년 시절의 기억이 서려 있는 '한울아파트'로, 늘 자신을 애타게 만들곤 했던 엄마 '추자 씨'의 곁으로 돌아오며 시작합니다. 타지에 살던 한울에게 고향은 매 순간 흔적 없이 지우고 싶다가도 궁지에 몰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소인데요. 늘 그대로일 것 같던 고향에는 평생 고수하던 긴 머리를 자르고, 손목에 레터링 타투를 한 '추자 씨'가 서있습니다. 매일 달라지는 추자 씨를 여전히 과거의 기억으로 바라보던 화자는 "어쩌면 시간을 되찾는 방법을 묻고"있을지도 모르지요. 이제 막 도착한 여름을 어느새 그리워하게 만드는 이 소설.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한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