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9 (수)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로 마주하는 아침이에요. 무탈한 일주일을 보내셨을까요? 부디 모두가 이 여름을 무사히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더이상 호우로인한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 시작하겠습니다.

💬에디터의 책편지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와 더불어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로 손꼽히는 기 드 모파상의 단편선 《시몽의 아빠》를 소개합니다. 이 도서에는 무려 300여 편에 이르는 그의 중·단편 가운데 대표작 열한 편을 선별해 실었습니다. 책의 표제작인 〈시몽의 아빠〉는 부모의 불화와 이혼으로 아버지 없이 자란 모파상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데요. "아빠 없는 애가 있다니. 이 이상하고 불가능하고 괴이쩍은 사실 앞에서" "한 마리가 상처 입으면 그 즉시 공격해 죽여버리는 닭장 안의 암탉들"과 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동심에 덧씌워진 포장을 가감 없이 벗겨내 버리죠. 부모의 불화와 파경은 모파상의 삶과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유년시절 경험한 노르망디의 바다와 대자연, 시골 사람들의 성정과 습성은 그의 작품의 배경 소재로 자주 드러나는데요. 흔히 우리가 시골 생활에 기대하는 순박함과는 거리가 먼 본능적 이기심이나 교활함, 인색함 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통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 1880년에 발표한 〈비곗덩어리〉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후 300여 편이 넘는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고 세계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얻으며 승승장구했지요. 인간 군상의 민낯을 간결하고도 명료한 문장으로 위트있게 그려낸 그의 작품 세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쾌감을 가져다줍니다.

📖 『시몽의 아빠』 미리보기

“있지…… 시몽은…… 아빠가 없대.”

개구쟁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우쭐해진 소년이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알았지. 저 애는 아빠가 없다는 걸.”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이들도 이 이상하고 불가능하고 괴이쩍은 사실 앞에서 아연실색했던 것이다. 아빠 없는 애가 있다니. 그들은 어떤 희귀한 현상, 신비적 존재를 대하듯 시몽을 바라보았다.

ㅡ<시몽의 아빠>, 11~12p

사랑이 그들의 화제로 떠올랐다. 〔……〕 대체로 남자들은 사랑의 정념이란 질병과도 같아서 한 사람이 여러 번 앓을 수도 있고, 그 앞에 장애물이 가로막혀 있는 경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는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었지만, 여자들은 객관적인 관찰보다 감상을 앞세우며 사랑이란, 참으로 진실하고 위대한 사랑이란, 평생에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벼락과도 같아서, 일단 사랑의 벼락을 맞은 뒤에는 마음이 공허해지고 황폐해지고 남김없이 타버려, 그 후로는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 할지라도, 아니 그저 꿈일지언정 그 자리에 다시 움틀 수는 없을 거라고 주장했다.

ㅡ<의자 고치는 여자>, 31~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