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도 가짜라는 소문 들었어 그래도 네가 편안한 밤 보내면 좋겠다"

2023. 3. 1.

2023.03.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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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학과지성사에서 보내는 책편지, 문지레터입니다.

이번주는 날씨가 조금 따뜻해졌어요. 매서웠던 겨울이 지나가는 느낌인데요. 푸릇한 봄을 기대하게 만드는 오늘입니다. 3월의 첫 날, 오늘의 문지레터에서는 두 권의 책 소개와 뮤지컬 초대권 이벤트가 있으니 레터의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오늘의 💌 문지레터

한국 시에 SF적 상상력을 담다, 조시현 첫 시집
한국 근대시를 해석하는 새로운 시선, 정과리 연구서
뮤지컬 <HOPE> 초대권 이벤트

📕 "달도 가짜라는 소문 들었어

그래도 네가 편안한 밤 보내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이 많아서
삶과 문장을 자주 착각했다

빈 병을 주워 들고 숨을 불어넣는다
내벽에 습기가 어렸다 사라진다

누가 자꾸 나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 같아

리튬
내게도 내장이 있어요
붉고 움직이고 기능하는 것

사탕을 깨물 때마다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밝다 따뜻하다 빛난다
거짓말을 당장 이백 개라도 지어낼 수 있어요

내가 공간을 익히는 방식이에요_「파이어워크」 전문

2019년 『현대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이 있습니다. 바로 조시현 시인인데요. 데뷔 당시 일반적인 서사 구조를 탈피한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멸종된 '지구 인간'을 중심으로 지구 안팎의 이야기를 이채롭고 방대하게 풀어낸 그의 첫 시집 『아이들 타임』을 소개합니다.

지금, 여기로부터 멀어짐으로써 가닿는 신예 조시현의 빛나는 상상력

📕 조시현 『아이들 타임』

💬 에디터의 책편지

2019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시현 시인의 첫 시집 『아이들 타임』이 문학과지성사 2023년 시인선 첫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시집의 제목 "아이들 타임"은 컴퓨터를 작동시키지 않고 입력과 출력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현대인에게는 낯선 개념입니다. 기계의 쓰임이 명확한 오늘날에는 작동과 오작동만을 구분한 채 일련의 단계는 생략되곤 하는데요. 시인은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온전히 감각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집 『아이들 타임』에서 작가는 시 속에서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시공간의 '이동'이 아닌 '멈춤'을 택함으로써 자신이 발을 디딘 자리에서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해나가지요. 이번 시집의 해설을 써준 문학평론가 홍성희는 그러한 그의 작업 방식을 "멀어짐은 멀어져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멀어짐으로써 닿으려는 것"이라 했습니다. 조시현 시인의 시에서 돋보이는 SF적 상상력은 소설 분야에서는 이미 수많은 독자에게 각광을 받아왔지만, 시에서만은 막연히 먼 세계나 상징적인 의미로 그치곤 하였어요. 이제, 새로운 상상력과 이야기가 펼쳐질 무한한 우주 공간속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 조시현 『아이들 타임』 미리보기

보고 싶어, 엘리노어

이렇게 조용한 지구를 상상해본 적 있어?

인쇄된 글자처럼 쓸쓸해

내가 죽었따는 사실이

내가 너무 늦게 전해지는 건지도 몰라

손바닥만 따뜻해지는 불 앞에 모여 앉아서

가늠되지 않는 오후 속에서

후,후 숨 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재를 터는 것처럼

뜨거운 것을 부는 것처럼

열기가 불행을 미뤄주는 것처럼

우리가 잠깐 잡았던 손처럼

끝난 것의 끝을 기다리면서

(하략)

*2888년 지구에서 발굴된 일기장으로 2500년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씨가 매우 비뚤고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어 일부는 추측으로 베웠다. 기록자는 지구의 거의 마지막 생존자로 보이며, 때문에 기록은 상상으로밖에 채울 수 없었던 지구의 마지막을 복원하는 일에 매우 귀중한 사료가 되었다. 기록자가 도시 빈민이었기에 적절한 때 우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인다. -표제시 『아이들 타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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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문학사 다발 중 하나에 대한 사색과 심미의 기록이다"

김소월, 한용운에서 오장환에 이르는 한국 근대시를 탐사하고

한국 문학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시도

📕정과리 『한국 근대시의 묘상 연구-'님'은 '머언 꽃'을 어찌 피우시는가』

💬 에디터의 책편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란 시 문지레터 독자여러분들 다 아시죠? 김소월은 우리나라 근대시의 대표이지요. 김소월과 함께 또 다른 대표자로는 한용운이 있습니다. 이 두 시인의 시 세계를 시작으로 김영랑·이육사·정지용·이상이 일궈놓은 근대시의 네 갈래를 점검하고, 오장환의 대표작을 톺아보는 문학평론가 정과리의 새 연구서 『한국 근대시의 묘상 연구-'님'은 '머언 꽃'을 어찌 피우시는가』를 소개합니다.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1979년 『동아일보』를 통해 평론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후 국내외 문학과 서양철학 분야를 집대성한 연구 비평에 매진해왔는데요. 지난 45년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한국 순수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문학 현장의 담론을 선도한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출간된 도서에서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한국 근대시에서 취한 최초의 원형의 자세가 바로 '님 찾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님'이 누구이며 어떻게 찾을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한국 시를 규정하게 될 기본적 시의 묘상(苗床)이 구성되는 과정을 그리며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이야기 속에서 한국 근대시론의 새 지평을 제언합니다.
근대 시인들의 주요 작품은 중·고등 교과과정을 통해 그 의미와 특성을 암기하듯 이해한 탓에 '어려운 시'라는 틀에 갇혀있지요. 이번 도서는 그 고착화된 인식을 깨기 위해 탄생했으며, 끊임없이 한국 시의 심연을 분석하고 대중에 알리는 데 힘써 온 저자의 식견과 통찰이 들어있습니다. 근대시를 올바르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현대시를 이해하는 초석이 될 『한국 근대시의 묘상 연구-'님'은 '머언 꽃'을 어찌 피우시는가』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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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레터 구독자들을 위한 뮤지컬 <HOPE> 초대권 증정 이벤트

인간 운명의 부조리를 깊이 고민했던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내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을 아시나요?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뮤지컬 <HOPE>가 3월 16일 다시 한번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요절한 작가 요제프의 재능을 동경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트가 요제프의 원고를 자신의 연인인 ‘마리’에게 맡기며 시작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고에 집착한 ‘마리’, 원고만 바라보는 엄마의 곁에서 총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부정했던 마리의 딸 ‘호프’,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요제프의 원고에 집착을 하게 된 중년의 ‘호프’가 이스라엘 도서관과 원고를 가지고 재판을 벌이게 되는데요.

원고를 둘러싼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호프에게 이 원고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모두를 위한 지도,

그 찬란한 여정의 시작에 문지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하단의 링크를 통해 뮤지컬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섯 분을 추첨하여 뮤지컬 초대권(1인 2매)을 드립니다.

신청하러가기

뮤지컬 <HOPE>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요제프는 사실 카프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카프카의 인생을 옅볼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카프카의 아포리즘』이에요. 카프카의 일기, 메모장, 노트, 편지와 산문 등에서 비유와 역설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195개의 짧은 글을 발췌해 모은 도서인데요. 뮤지컬 <HOPE>와 함께 도서 『카프카의 아포리즘』으로 카프카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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