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6 (수)

님은 기억나는 ‘처음’이 있나요? 오늘 💌문지레터는 첫 소설집을 출간한 전예진 소설가의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앞으로 문지레터는 문학과지성사 책 소식과 작가 인터뷰가 번갈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늘 레터 하단에는 구독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 코너 소개가 있으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전예진이라고 합니다. 문지레터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가까이 앉아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기분이 드네요. 수영을 좋아해 수영하는 이모지를 골라 봤습니다.

🦢 첫 소설집을 출간을 축하드려요! 작품들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으면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셨나요?

🏊 출간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설집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유보하고 있던 것 같아요. 아마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책은 나왔고 독자 분들이 읽어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 소설 작업을 할 때 작가님만의 루틴이 궁금해요

🏊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걷고요. 여덟 시에 아침을 먹고 아홉 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집 거실에서 일을 하는데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거실 등을 제일 밝은 등으로 바꿔요. 그래야 조금 더 정신을 차리게 되어서 딴짓을 덜 하더라고요. 또 미지근한 물을 컵에 담아서 오른쪽에 두고 머리도 묶은 다음에 작업을 시작합니다. 작업이 잘 되든 안되든 저녁 여덟 시가 넘으면 노트북을 덮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하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고요.

🦢 작가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처음’은 무엇이 있나요?

🏊 처음이라는 말을 읽으니까 수영장에 빠져 허우적대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처음으로 물에 빠져 구조받은 경험인데요. 아주 어릴 때는 아니고 성인이 되어서인데 그때는 수영을 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수영장 바닥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혼자 맨몸으로 걸어갔던 거예요. 중간쯤 갔을 때 발이 안 닿으니 놀라 발버둥을 쳤는데 근처에 있던 분이 제 쪽으로 와서 저를 얕은 곳으로 데려가줬어요. 수영을 배운 지금은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도 하고 위험할 것 같으면 구명조끼도 입고 조심하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 키가 제 반만 하던 아이도 깊은 곳에서 수영하며 놀고 있었는데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

전예진 소설가 PICK! 📖 『어느 날 거위가』 

“관리 사무소에서도 한 번 왔어.” 서연이 파인애플을 깎아 자른다. “멀쩡해.”

은숙이 파인애플 잎과 줄기를 유리잔에 담아 거실과 부엌 사이 수납장에 놓는다. “파인애플값 좀 벌어보자.” 그녀가 노래하듯 말한다.

“뿌리부터 나야 한다며.” 서연이 은숙을 돌아본다.

은숙이 잎을 매만지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상연이 소파에 앉고 율은 매트리스를 끌어다 그 위에 서서 창밖을 내다본다. 서연이 율을 힐긋 봤다가 파인애플을 마저 자른다. 상연이 티브이 소리를 키운다. 폭우 피해를 전하는 뉴스가 계속된다.

- 「우리 집에 놀러 와」, 180-181쪽에서

🦢 『어느 날 거위가』를 읽으며 함께 들을 노래를 추천해주세요

🏊 우선 「귀경」에 나오는 글렌 프라이의 「Part of Me, Part of you」를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나오던 이 노래가 「귀경」을 읽고 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눈이 내리는 밤길을 운전하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몰입해 노래를 들으면 멀미가 나면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네요. 소설집에 실린 원고를 작업하면서는 빌리 아일리시의 「My future」를 자주 들었습니다. 「My future」도 추천해 드려요!

  🎵 Billie Eilish - My future

🦢 문지레터 구독자 분들께 작가님의 책장을 살짝 공개해주세요! 함께 읽고 싶은 문학과지성사의 책을 추천한다면?

🏊 책을 추천할 생각을 하니 설레고 신이 납니다. 저는 좋아하는 책을 작업하는 자리 뒤에 두고 의자를 돌리면 바로 보이게끔 하는데요. 바로 그 자리에 편혜영 작가님의 『소년이로』, 김경욱 작가님의 『소년은 늙지 않는다』, 조경란 작가님의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가 있네요. 약간 주접을 떨자면 한국에서 한국어로 소설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한 작가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실린 소설이 다 좋아서 구독자 분들께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출구 없는 슬픔이 문을 두드리는 순간
발랄한 상상력이 뒤덮이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구독자 여러분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준비한 💌문지레터의 특별 코너! 📚독자의 서재는 독자들이 평소 좋아하는 문학과지성사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예요. 어떤 책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한 권 한 권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게 만들어준 책! 평소 님이 아끼고 즐겨 읽는 문학과지성사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이 남겨주신 책 사연은 추첨을 통해 격주 코너 📚독자의 서재에 소개됩니다. 그럼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다릴게요!

✔레터에 사연이 소개되는 날, 개별 메일로 독자님께 소식을 전해드려요
✔사연이 소개된 독자님께는 원하시는 문학과지성사의 책 3권을 선물로 드려요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10/27 땡스북스에서 『소설 보다: 가을 2022』의 김기태·위수정·이서수 소설가의 북토크가 이소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열립니다. 이 계절의 소설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